스타트업과 디자인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들과 얘기하다 보면, 저는 ‘디자인은 평균만 되면 별로 상관없다.’라고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스타트업의 흥망에 디자인이 기여하는 바가 우리(디자이너)의 생각보다 작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들 UX, UI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이 시점에 무슨 소리냐 하고 반문 할 수 있겠지만, 저는 디자이너가 예쁘다, 안 예쁘다 를 넘어서는, 다른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디자이너는 같은것을 더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제품은 왜 실패했을까? 에 대한 많은 답변중, 디자이너로서 던질수 있는 하나의 답인듯 싶습니다.

 

시각설정

1.대다수의 유저는 디자이너가 예뻐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 주변은 안 그렇다는 얘기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path와 clear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넘쳐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은 빈도수로 그 서비스들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path 안에 들어있는 유료 사진 필터를 구입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clear 로 todo를 작성하고 실제생활에 적용해서 쓰고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제주변엔 한사람도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실리콘 벨리용 앱들 같은 UX를 만들기 위해(디자이너만의 가치라고도 할 수 있는) 많은 비용을 투자했었고, 개발자들을 괴롭혔었습니다. 왜 유저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을 위해 이런것을 했을까요? 내가 좋은것을 유저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싫어한다고 생각하시고 내 욕심을 사용자를 향한 관심의 인사이트로 돌려보시기 바랍니다.

2.디자이너의 가치는 사용자의 가치에 종종 위배된다.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UX를 가진 이러한 서비스들보다, 왜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은 투박한 느낌이 있다면 있는 서비스들보다 적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디자이너가 맘먹고 화면을 아름답게만 만드려고 한다면 유저들은 불편해 합니다. 편하게 아무생각없이 사용하면서 놀고 싶은데, 뭔가 너무 멋있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고 부담이 됩니다. 여기서 UI 학습을 해야 한다면 당장 홈버튼을 눌러버립니다. 유저들은 당신처럼 새로운 예쁜 서비스를 켜고 절대 이곳저곳 뒤져보지 않습니다. 유저의 니즈는 아름다운 스플래시나 로그인 화면에 있는것이 아닙니다.

3.UI 는 보는 디자인이 아닌 사용되는 디자인이다.

디자이너로서 와이어프레임을 보고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이런 의도가 있는 화면을 어떻게 하면 섹시하게 보이게 할 것인가’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 화면안에서 호흡을 만들어가는 바로 시각 디자이너 성향의 관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꼭 시각디자이너만의 습관은 아닐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책(종이미디어)에서 웹으로 웹에서 모바일(인터렉션이 포함된 멀티미디어)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를 살고있고 그것들을 디자인합니다. UI 디자인이 포스터디자인과 다른점은 사람들이 직접 다루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에서 출발점이 전혀 다릅니다. 사람들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며, 사용하는 ‘무언가’를 디자인 한다는 시각부터 설정하고, 우리가 예전 미디어를 디자인 하는 버릇을 여기에도 여전히 사용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검증은 늘 해봐야 합니다.

4.완성된 UI 는 없다 – 완성에 가까운 형태는 내가 아니라 유저가 만들어준다.

스타트업의 제품은 양파를 까내듯 수많은 의사 결정 번복과 피드백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프로덕 프로세스에 있어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부분은 ‘수정’ 입니다. 수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만족할때까지 계속 고치는 것입니다. 화면안에서 요소들의 배치나 규격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어떤 페이지는 다른 것과 합쳐지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프로세스 안에서 더이상 뺼 것이 없는 완전 무결한 완성은 절대로 없습니다.

계속 크는 어린아이에게 테일러드 수트를 입혀놓는다고 해도 지금은 보기 좋지만 6개월만 지나도 옷을 바꿔야 할겁니다. 6개월 입을 옷에 우리가 가진 비용 전부를 투자해야 할까요? 처음엔 언제든 변할 수 있게, 변화가 구현되는(개발) 쪽에서도 오래걸리지 않게.변해도 많이 달라져 보이지 않게끔. 디자인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후에 파악되는 유저의 피드백으로 나머지들을 변화시켜가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익숙하지 않은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히 찜찜한 기분을 줍니다.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죄다 부어놓은 화면을 만들어 놨는데, 그 뼈대부터 달라진다니요. 하지만 혹시 디자인이 한장의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시진 않은가요? 어디든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레고 블럭 기본세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꾸어보면 쉬워집니다. 

5.UX는 결국 개발자 손끝에서 나온다.

개발자를 다른 우주라고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개발자는 디자이너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같은 목표를 위해있는 것입니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디자이너의 가치를 내세울때 개발자들은 그들의 가치를 내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PSD 를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끝이 아니라 X-CODE와 Eclipse 에서 만들어져 출력되는 화면을 우리가 컨트롤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X-CODE 와 Eclipse의 UI구현만을 디자이너가 직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가이드를 전달합니다. 우리가 디테일하게 만드는 디자인 가이드를 그대로 반영하는 개발자들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발자들이 실제 구현하는 방식과 가이드가 따로 노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그렇다쳐도 스타트업에서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좀더 슬림화 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경쟁력이 있습니다. 내가 꿈꾸는 UX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개발자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모니터를 볼것이 아니라 서로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같은 주제로 고민을 해야하는것이지요.

방법론

1. 템플릿화 – 화면이 아닌 요소를 정의해라

앞에 레고 블럭세트를 만든다고 생각해보는것에 대해 더 말해보면, 이러한 끊임없이 고치는 형태의 프로세스안에서 화면이 아닌 요소를 정의하고 배치하는 것이 기획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의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그리고 맨 처음 말했던 디자이너가 서비스에 기여해야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요소들은 통일하고 쓰임새에 따라 타입을 정의합니다. 예를 들면 로그인-확인-적용-완료-는 타입 A라고 정의해봅시다. 어디서나 잘보여야 하고 참여를 이끌어낼만한 강도를 가진 버튼으로 동일하게 처리합니다.

로그아웃 회원탈퇴 삭제 등은 타입 B 라고 정의합니다. 굳이 잘보이게 할 필요는 없고 주변의 정보와는 다른 버튼으로 -아마도 부정과 경고의 의미로 레드계열로 많이 사용하겠죠?- 동일하게 처리합니다.

이렇게 되면 2가지 성격의 버튼이 생기고, 이런 룰을 만들어 두면 다른 요소가 생기거나 해도 이러한 성격 규정에 맞춰 디자이너 없이도 개발자가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저에겐 약속이 되어 변화가 있어도 쉽게 사용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만약 이런 수정사항이 있을때 마다 화면을 엎어야 한다면 비효율적이며, 이것에 따른 비용은 서비스 품질의 저하 -서비스 워킹속도 저하, 적용시간의 버퍼링- 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개발과정의 비효율이 유저에게도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만든 주범은 누구일까요?

2. 수정을 예상하고 UI 요소들을 플렉서블하게 구현

사용자경험이 녹아있는 기본 UI 를 사용하고, 커스텀 이미지, 통이미지들을 가급적 쓰지 않고, 늘리고 줄일수 있는 간략화된 이미지 형태로 서비스를 구현해봅시다. 기본 UI 가 매력이 없어보인다면 기본 형태는 유지한채로 색이나 재질감을 다르게 해보는 수수한 표현으로 색다른 효과를 노려봅시다. 최소한의 변화로 최대한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3. 화면위주의 가이드가 아닌 요소중심의 가이드

공통되는 화면들의 기본적인 속성(레이아웃 마진)을 규정하고, 요소의 속성(배치규정)을 규정해놓는 최소한의 가이드를 전달한다음 프로토타입을 보며 개발자의 화면을 보며 수정해 나갑니다. 일일이 화면별로 가이드를 만드는 것보다는 대략적인 규칙만을 설정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물론 주관적입니다.)

마치며

제가 제시하는 이러한 방법론은 새로운 개념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클래식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법은 아닐지라도 실제 이렇게 효율적으로 UI 를 구현하는 곳은 많이 볼 수 있고 (대표적인 예로 인스타그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나 플랫폼에 주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체계이며, 특정장르-게임, 툴-에서는 전혀다른 디자인 논리로 접근하는것이 당연합니다. 모든 곳에 적용되는 정답을 말하고자 하는것은 절대 아닙니다.

모바일 서비스 디자인을 시작하기전에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오류와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 길지 않은 경험으로 예전의 실패를 공유함으로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그램스 디자인 팀장 서재완님의 글입니다.
http://frograms.com/members/서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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